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8

<죽음의 에티켓> 롤란트 슐츠 슬픔이라는 석탄 덩어리는 작아지지 않는다나는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 말하자면 항상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상태다. 아버지를 비롯해 가까운 가족 중 이미 여러 명이 세상을 떠났고, 지인을 조문하는 일도 해를 거듭할수록 잦아지고 있다. 빈소에 다녀온 날이면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그러던 중 롤란트 슐츠의 을 읽었고, 앞으로 다가올 나 자신의 죽음을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독일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당신'이라는 2인칭 서술로 독자 자신의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게 한다. 죽음을 추상적으로 논하지 않고, 몸과 의식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담담하게 짚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임종 직전의 몸부터 사망 순간, 그리고 사망 이후의 시신 처리와 장례, 애도.. 2026. 7. 13.
<생각의 탄생> 루트번스타인 모든 도구를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부담감이었다. 두께가 어마어마했고, 책에서 제시하는 13가지 생각 도구를 끝까지 다 따라가지는 못했다. 솔직히 일부 도구는 끝까지 잘 와닿지 않았다. 로버트와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다양한 분야의 창조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사고의 도구 열세 가지를 추출한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 그것이다.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모든 도구가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도구는 무릎을 치게 했고, 어떤 도구는 끝내 회의가 풀리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그중 가장 오래 남은 추상화와, 끝까지 납득하기.. 2026. 6. 24.
<톨스토이 단편집> 레프 톨스토이 해설이 던지는 질문, 죽음이 건네는 평온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또다시 단순했다.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스노우폭스북스의 '천년의 지혜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단편집은 톨스토이가 1852년부터 1905년까지 발표한 단편과 중편 21편을 한 권에 모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같은 후기 걸작부터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같은 민화까지,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던진 질문들이 한 권 안에 흐른다. 기대 없이 펼쳤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악마」, 「눈보라」, 「세 죽음」, 그리고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가 특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편집자 해설이 만든 차이 이 책이 다른 톨스토이 선집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편집자 해설이다. 작품을 단순히 모아두는 데 그치.. 2026. 6. 14.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아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탐구하라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대 없이 펼쳤지만, 읽어 내려가는 동안 평소 내가 품고 있던 생각들과 겹치는 문장을 여럿 만났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과거의 지식, 경험, 기억, 신념 등 이미 아는 것에 의해 조건화된 마음에서 벗어날 것을 이야기한다. 진정한 자유란 외적 조건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조건화를 자각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밀도 있어서 읽는 속도보다 곱씹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논리적 설득보다 질문과 선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익숙한 독서 방식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 구간이 많다. 하지만 그 낯선 리듬.. 2026. 5. 3.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뇌는 생각보다 뜻밖의 방식으로 작동한다뇌과학이라는 주제는 늘 흥미롭지만, 막상 책을 펼치면 전문 용어와 실험 데이터에 막히기 일쑤다. 그래서 뇌과학을 쉽게 풀어쓴 책이 나오면 반갑게 집어 드는 편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도 그런 기대로 읽기 시작했다. 원제가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인 만큼 7.5개의 짧은 강의로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읽힐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정동, 사회적 실재 같은 개념이 등장하면서 속도가 느려졌다. 그럼에도 이 책은 뇌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집는 흥미로운 관점으로 가득했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관리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0.5강의 전제부터.. 2026.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