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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by magmag 2026.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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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탐구하라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대 없이 펼쳤지만, 읽어 내려가는 동안 평소 내가 품고 있던 생각들과 겹치는 문장을 여럿 만났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과거의 지식, 경험, 기억, 신념 등 이미 아는 것에 의해 조건화된 마음에서 벗어날 것을 이야기한다. 진정한 자유란 외적 조건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조건화를 자각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밀도 있어서 읽는 속도보다 곱씹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논리적 설득보다 질문과 선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익숙한 독서 방식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 구간이 많다. 하지만 그 낯선 리듬에 적응하고 나면,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내면의 질문들이 다시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러 장 가운데 9장과 10장이 유독 오래 남았다.

죽음이 무섭지 않을 수 있는 이유

9장 '시간이 슬픔이다'는 시간, 슬픔, 죽음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구절이 가장 강하게 와닿았다.

우리 대부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는 법을 모르며 따라서 죽는 법도 모른다. 삶을 두려워하는 한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다.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p.131)

 
이 구절에 공감한 이유는 평소 내가 생각하는 죽음과 꽤 비슷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죽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무섭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오히려 무섭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짜 무서워하는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이다. 죽음이란 삶의 끝에 오는 축복이라고 믿는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더 이상 지치지 않는 상태. 그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죽음에 대한 나의 태도를 명확한 언어로 정리해 준 문장이었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저자가 대신 말해준 셈이다.
 

눈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9장의 통찰은 10장 '사랑이란 무엇인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흘리는 눈물의 본질을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때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인가, 죽은 이를 위한 것인가? (p.143) 

 
 
저자는 자기 연민에서 나온 눈물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많은 애정을 쏟은 사람을 빼앗겼기 때문에 우는 것은 진정한 애정이 아니었다고까지 한다. 죽은 형제를 위해 울 때 그를 위해 울라고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내 주변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흘린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자기 연민과 떠난 이를 위한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슬픔으로 울었고, 동시에 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의 눈물이기도 했다.
 
저자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문이 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연민 없이 울 수 있겠는가. 떠난 사람을 위해 울기도 하겠지만, 남겨진 자신을 위해 눈물 흘리는 날이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현실에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인을 위해서,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서 마음이 풀릴 만큼 실컷 울라고. 그 눈물의 출처를 따지는 것보다, 충분히 애도하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만 하고 스스로 탐구하겠다

크리슈나무르티는 독특한 사상가다. 권위를 따르지 말 것을, 전통에 기대지 말 것을, 스승을 갖지 말 것을 요청한다. 심지어 자신의 말조차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탐구하라고 했다. 대부분의 책은 저자의 주장을 믿어달라고 하지만, 이 책은 믿지 말라고 한다. 스승의 자리를 스스로 해체하는 이 태도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나는 그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이 책은 참고만 하고, 스스로 탐구하며, 내 마음 가는 대로 살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눈물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크리슈나무르티의 답이 아닌 나의 답을 찾아갈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바란 유일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서 저자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내려놓고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것. 정답을 제시하는 책 보다 질문을 남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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