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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톨스토이 단편집> 레프 톨스토이

by magmag 202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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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던지는 질문, 죽음이 건네는 평온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또다시 단순했다.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스노우폭스북스의 '천년의 지혜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단편집은 톨스토이가 1852년부터 1905년까지 발표한 단편과 중편 21편을 한 권에 모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같은 후기 걸작부터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같은 민화까지,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던진 질문들이 한 권 안에 흐른다. 기대 없이 펼쳤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악마」, 「눈보라」, 「세 죽음」, 그리고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가 특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편집자 해설이 만든 차이

이 책이 다른 톨스토이 선집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편집자 해설이다. 작품을 단순히 모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작품 끝에 해설을 붙여 한 번 더 생각할 계기를 준다.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누군가는 한 사람의 감상이 자신의 독서를 침범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해설이 좋았다는 쪽이다. 해설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고,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다.


특히 「악마」는 작가가 두 가지 결말을 써두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하나의 이야기에 두 개의 끝을 남긴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파국이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톨스토이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설이 없었다면 그저 미완의 흔적으로 지나쳤을 부분을, 작가의 의도와 함께 다시 읽게 되었다. 작품과 해설을 오가며 읽는 경험은 혼자 읽을 때보다 사유의 폭을 넓혀주었다. 고전을 읽다 보면 무엇을 느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는데, 해설은 그 막막함을 덜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세 가지 죽음을 바라보는 법

이 단편집에서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눈보라」는 톨스토이가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눈보라 속에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이후에는 뜻밖의 평온함이 찾아온다. 죽음을 처음으로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누군가를 위해 항상 불을 켜 놓는 농민이었다. 들판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그 불을 보고 길을 찾도록 한 배려인데, 정작 그 농민은 자기가 누구를 살렸는지도 모른 채 평생 누군가를 살린 사람이 된다. 이름 없는 선의가 누군가의 생을 지탱한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세 죽음」은 제목 그대로 세 개의 죽음을 나란히 배치한다. 귀부인은 죽음을 거부하고 두려워하다 죽는다. 마부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기 무덤에 작은 돌 하나 얹어 달라는 부탁만 남긴 채 조용히 떠난다. 물푸레나무는 소리 없이, 그저 자기 시간이 다해 쓰러지고, 쓰러진 자리에는 빛이 들어 새로운 어린것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같은 죽음인데 그 무게와 결이 이토록 다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어떤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평소 죽음을 삶의 끝에 오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온 나로서는, 마부와 물푸레나무의 죽음이 유독 가깝게 느껴졌다. 죽음을 거부하고 두려워할수록 마지막이 고통스러워지고, 받아들일수록 평온해진다는 것. 이는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어느 사상가의 말과도 맞닿아 있었다. 톨스토이는 추상적인 명제가 아니라 세 인물의 구체적인 마지막 장면을 통해 같은 통찰을 보여준다.

 

 

작은 동작에서 흘러나오는 사랑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구두 수선공 마틴'으로도 알려진 이 작품이 그랬다. 이야기의 바탕에는 잘 알려진 성경 구절이 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베푼 것이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장 40절)


천주교나 기독교 신자라면 한 번쯤 들어본 구절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톨스토이는 이 추상적인 가르침을 구두 수선공의 하루 속 작은 동작으로 풀어낸다. 추위에 떠는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 곤경에 처한 사람을 향한 무심한 듯한 친절.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곧 사랑이고 신이라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스며든다. 읽는 내내 마음이 데워지는 기분이었다. 머리로 아는 가르침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랑 사이의 거리를 이 짧은 이야기가 조용히 좁혀주었다.


결국 이 단편집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한다.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백여 년 전 러시아에서 쓰인 이야기들이 오늘의 나에게 그대로 도착했다. 톨스토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다시 읽는 사람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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