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라는 석탄 덩어리는 작아지지 않는다
나는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 말하자면 항상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상태다. 아버지를 비롯해 가까운 가족 중 이미 여러 명이 세상을 떠났고, 지인을 조문하는 일도 해를 거듭할수록 잦아지고 있다. 빈소에 다녀온 날이면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그러던 중 롤란트 슐츠의 <죽음의 에티켓>을 읽었고, 앞으로 다가올 나 자신의 죽음을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독일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당신'이라는 2인칭 서술로 독자 자신의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게 한다. 죽음을 추상적으로 논하지 않고, 몸과 의식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담담하게 짚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임종 직전의 몸부터 사망 순간, 그리고 사망 이후의 시신 처리와 장례, 애도까지 저자는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따라간다. 저널리스트답게 의학과 법, 행정 정보까지 폭넓게 다루면서도 문장은 시종 차분하다.
내가 바라는 죽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편안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바란다. 죽는 순간까지 내 다리로 화장실을 오가며 용변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인터넷과 온갖 사이버 공간에 흩어진 내 데이터가 모두 지워지는 것을 확인하고, 내 유산이 남은 가족에게 잘 상속되기를 바란다. 육체적인 부분도 행정적인 부분도 깨끗하게 정리하고 편안하게 떠날 수 있기를 늘 희망한다.
그러나 이런 축복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오고 가는 일은 결국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바람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죽음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과도하게 두렵게 그리지도 않는다. 그저 일어나는 일을 일어나는 대로 기록한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준비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슬픔이 제도를 마주하는 순간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2장 '슬픔이 제도를 마주하는 순간'과 4장 '죽음이 비로소 완성되는 날'이었다. 그중에서도 2장은 개인적인 기억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병원비와 장례식 비용을 결제하고 나오던 순간, 그리고 주민센터에서 사망 신고를 하던 순간이 그대로 떠올랐다.
떠난 사람과 유족의 슬픔 너머에는 언제나 행정적인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순간에 감정은 오히려 '짐'이 된다. 감정은 사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사치보다 짐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서류를 챙기고 비용을 정산하고 서명을 해야 하는 동안, 밀려드는 감정은 그 일들을 방해하는 무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는 처리해야 할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이 책은 그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일깨워준다. 죽음을 감상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로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무척 실질적인 위로가 되었다.
유리 용기가 커질 뿐, 슬픔은 그대로
슬픔이라는 석탄 덩어리는 결코 작아지지 않습니다. (중략) 정작 크기를 바꾸는 것은 그 덩어리를 담고 있는 유리 용기입니다. 남겨진 이들의 세상과 삶이 슬픔을 품어 안은 채로 그 주변으로 더 크게 자라나고, 더 넓게 확장되는 것입니다. (p.303)
이 책에서 가장 깊이 공감한 대목은 슬픔의 크기에 관한 저자의 비유였다. 저자는 슬픔을 석탄 덩어리에 비유한다. 그 덩어리는 결코 작아지지 않고, 처음 마주했던 그날처럼 커다란 채로 그 자리에 머문다. 변하는 것은 그 덩어리를 담고 있는 유리 용기, 곧 남겨진 이의 삶이다. 삶이 슬픔을 품은 채로 더 크게 자라나기 때문에 슬픔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뿐, 슬픔 자체는 여전히 무겁고 크다는 것이다.
이 비유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저자가 남겨진 사람들의 심정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몰아가지 않고 담담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슬픔이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는 흔한 위로 대신, 슬픔은 그대로이고 삶이 커지는 것이라는 이 정직한 관점이 오히려 큰 위안이 되었다. 슬픔을 억지로 줄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남겨진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슬픔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품을 만큼 자기 삶을 넓혀가는 것이다.

나는 내가 죽었을 때 내 가족과 지인이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의 유리 용기가 충분히 커져서, 나의 죽음이라는 석탄 덩어리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기를 바란다. 가끔 나를 떠올리고 기도해준다면 그것으로 감사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삶에 슬픔보다 기쁨이 더 많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을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충분한 값을 했다.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남겨질 이들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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